심리운동이란?
심리운동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 심리운동이 요즘 유행하는 Bodywork와 비슷한 것이 아닌지도 묻는다. 신체를 다루거나 매개로 하는 다양한 치료 영역 중 신체기능 개선을 우선시 하는 운동적 치료(Mototherapy, 대표적인 예: 물리치료 및 작업치료)와, 신체를 매개로 하되 주로 인간의 감성, 인지 등 정신적, 심리적 건강 개선에 더 관심을 갖는 심리치료(Psychotherapy, 대표적인 예: 놀이치료)의 중간 정도에 바로 심리운동(Psychomotorik)이 위치한다고 보면 된다.
수학적 도형으로 영역을 구분해 본다면 물리 및 작업치료와 심리치료간의 교집합 부분을 심리운동의 활동 영역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심리운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앞에서 잠시 언급된Bodywork 컨셉과 좀 더 비교 해보자. 독일인 펄스(Frederick Salomon Perls, 1893-1970)의 "형태심리학“ 이론에 바탕한 치료 컨셉으로서의 Bodywork 은 인간의 신체 감각지각과 인식 훈련, 나아가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의한 "감수성 훈련“인데 반해, 심리운동은 "감각지각이나 인식“도 그 주된 내용으로 하되, “감수성 훈련“만이 목적이 아니다. 나아가 Bodywork에서는 목적달성을 위한 도구, 수단 역할 밖에 못하는 인간의 "신체 및 움직임 경험“ 이 심리운동에서는 매체이자, 동시에 컨셉의 주요 구성요소일 정도로 신체 및 그 움직임에 대한 비중이 더해진다.
이처럼 심리운동에서는 신체의 운동성 발달 및 그 치료 재활도 중요하고, 물리적-사회적 주변세계와의 신체 체험을 통해 자신의 감성적, 인지적, 심리적 변화도 꾀하는 것이 심리운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심리운동 적용 영역
독일에서 Jonny Kiphard가 창안한 "심리운동 연습“이라는 컨셉을 기점으로 이론적 발전을 거듭해온 심리운동은 신체경험과 신체움직임을 주요매개로 하며,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놀이와 움직임 체험을 통해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추구하는 교육적, 치료교육적 컨셉이다. 즉 심리운동은 원활한 감각운동발달, 심리적 발달을 꾀하는 전인적 교육 컨셉이 동시에 나아가 이러한 발달 측면에서 문제나 장애를 보이는 대상을 위한 치료방법인 것이다. 또한 심리운동이 활성화 된 독일 등 유럽에서는 영유아를 위한 조기교육,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교육, 나아가 성인, 노인층에게 까지 확대 적용되어 전 연령층의 전인적 교육과 의료적 재활에 적용되고 있다.
나아가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 컨셉으로도 심리운동은 색다른 (치료)교육적 시각을 제공 한다. 예를 들어 특수학교 물리치료 및 작업치료 프로그램에서는 신체가 기능적, 기계적 관점에서 다루어지며, 신체의 기능적 장애 극복이 주 목적인데 반해, 심리운동은 아동이 가진 장애나 약점을 우선시 하기 보다 아동이 가진 최선의 능력과 가능성을 교육과 치료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장애의 정도와는 무관히 아동을 인격자체로 받아들이는 전인적 교육인간상을 바탕으로 하는 심리운동은 각종 발달진단 결과를 기초로 아동의 심리운동적 수행능력 신장을 지원하며, 여기에서 아동의 감각운동성에 바탕하는 신체성이 중요한 매체가 됨은 물론이다.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
한국의 과열된 교육현장에서 더 이상 교육의 주체가 아닌, 교육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우리 아이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보편화 될 수 없는 사유이긴 하지만,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학원과 학원으로 전전하는 도시의 아동들. 주지주의적 교육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주로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아이들. 방과후 학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항변은 아동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우리 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어떤 이유에서든 패스트 후드를 선호하게 된 아이들의 음식문화가 초래한 유해한 식습관 및 운동부족으로 인한 아동 비만 현상은 단순히 건강상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교육환경에서는 또래집단과의 놀이경험, 사회적 경험 부족으로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야기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아동의 원만한 "자아형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생님들이나 부모들이 호소하는 아동의 "정서불안“,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라는 증상은 결국 어른이 만들어 놓은 갑갑한 교육환경 속에서 병들어 가는 아이들의 호소가 아닐까?
집-학교-학원 외에는 갈 곳도, 마땅히 뛰어 놀 곳도 없는 "고립된 섬“(Verinselung)이 된 우리 아이들의 ?아동기“를 부분적으로나마 되살릴 수 있는 교육방법으로 "심리운동“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국 교육이 암기위주 학습과 교육에서 벗어나 아동의 흥미와 자발적 동기에서 출발한 진정한 체험의 장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이 "심리운동“이 제시하고 있다.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지원하는 심리운동
아동이 성장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발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측정된 높은 아이큐나 특출한 능력이 아니라, 오히려 아동 자신의 주관적 "자신감“이다.
나는 할 수 있고, 또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이 강한 아동일수록 자신의 실제 능력과는 무관히 자신의 잠재가능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 즉 긍정적 자아상을 갖기 위해서는 부모나 교사의 자신감을 북돋는 "말“ 대신 아동 스스로 자신감을 체험할 수 있는 신체, 움직임 과제를 직접 해보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체육관에서 아동이 거뜬히 해낼 수 있는 평균대 건너가기 등 움직임 과제를 통해 자신감을 체험하는 것, 혹은 육체적 심부름 등을 통해 실제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 자신감 형성에 더 효과적이다.
몸으로 느끼는 실제적 성공 경험, 감각과 운동성을 이용한 움직임이 가져오는 성공 경험을 통해 아동은 자신감을 체화하여 차차 긍정적 자아상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몸으로 익힌 것은 더 쉽게 이해되고, 오래 기억되고, 더 풍부하게 표현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독일의 유아 및 초등교육 현장에서는 수학시간, 국어시간 등에 심리운동 컨셉을 이용하여 다양한 신체감각을 통해 아동의 학습을 조장하고 있다. 인간은 몸이라는 감각운동기관을 통해 확실히 배울 수 있고, 또 이렇게 배운 것은 오래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아나 아동의 학습은 추상적 사고나 인지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주로 구체적인 감각과 운동활동을 통해 더 쉽게 이루어진다. 굳이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감각성과 운동성이 인간의 발달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크며, 특히 심리운동에서는 원만한 감각운동성 발달이 아동의 전인적 "자아상“을 완성하는데 중요하다고 본다. 자기자신으로서의 신체, 내가 갖고 있으며, 동시에 나 자신이기도 한 신체를 다양하게 체험하는 것, 나아가 신체를 통한 감각과 운동성 체험은 다양한 신체경험(Koerpererfahrung), 물질경험(Materialerfahrung), 사회경험(Sozialerfahrung)등을 통해 이루어 진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동은 비로소 자신과(Ich-Kompetenz), 주변물질세계와(Sach-Kompetenz), 나아가 자신과 타인과의(Sozialkompetenz) "관계“ 속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감 있게 당당히 행동할 수 있는 수행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러므로 오늘날 자연스런 움직임 놀이 환경을 빼앗겨 버린 우리 아동들에게 1주일에 한 번 있는 체육시간이나 방과 후 태권도 학원 몇 시간 만으론 절대 충분하지 않다. 아동의 전인적 발달에 뿌리 역할을 하는 감각운동성 발달, 신체성 발달을 위해서는 아동에게 자연스런 놀이의 장이 주어져야 하며, 심리운동이 이러한 놀이와 움직임 공간을 조성하고자 한다.
‘심리운동의 이해’ (저자 Renate Zimmer) 역자 서문 중에서 (역자 이숙정 단국대학교 교수)